청두 자이언트 판다와 쿤자이 골목
청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훠궈를 먹는 게 아니라 판다를 보러 가는 거였다.
아침 7시에 택시를 타고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 기지에 도착했다. 이렇게 일찍 온 이유는 판다가 더위를 타기 때문이다. 해가 높이 뜨면 판다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7시 30분 개장하자마자 곧장 월량산방(달빛 보육실)으로 달려갔다. 운이 좋았다. 한 살도 안 된 판다 새끼 두 마리가 나무 틀 위에 엎드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복슬복슬한 흑백 찹쌀떡 같았다. 옆에서는 어른 판다가 열심히 대나무를 갉아먹고 있었는데,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너무 중독성 있어서 나도 뭔가를 갉아먹고 싶어질 정도였다.



기지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11시가 넘어 있었다. 곧장 쿤자이 골목으로 향했다. 쿤자이 골목은 쿤샹쯔(넓은 골목), 자이샹쯔(좁은 골목), 징샹쯔(우물 골목) 세 개의 평행한 청나라 시대 옛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넓은 골목은 '한가로운 삶'이 테마로 찻집과 개성 있는 가게가 많고, 좁은 골목은 '느린 삶'이 테마로 카페와 서양식 레스토랑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찻집에 들어가 주예칭 녹차를 한 잔 시키고 안뜰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귀청소 장인이 딸랑딸랑 쇠붙이를 두드리며 손님을 부르고, 장비(삼국지 장군) 분장을 한 직원이 가게 앞에서 장비 소고기를 팔고, 변검 예술가가 길거리에서 휙 부채를 펼치면 또 다른 가면이 나타난다.

저녁은 마오자오훠라에 갔다. 오래된 주택가 아래 자리 잡은 '파리 식당'(현지인 맛집)으로, 환경은 별로지만 문 앞에는 줄이 두 바퀴나 늘어서 있었다. 대표 메뉴인 촨촨샹(꼬치 훠궈)을 시켰다. 쇠고기, 처녑(양), 오리 창자, 연근, 감자를 꼬치에 꿰어 펄펄 끓는 고추 기름 냄비에 넣었다가 건져내 다진 마늘 참기름 소스에 찍어 한입 먹으면, 마라와 향이 입안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청두의 매운맛은 충칭과 다르다. 충칭은 직설적인 화끈함이라면, 청두의 매운맛 속에는 화자오(산초)의 얼얼함과 육수의 깊은 풍미가 숨어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식사 후 진장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소화를 시켰다. 강 양쪽의 네온사인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청두는 모순적인 도시다. 타이구리의 패셔너블한 럭셔리함도 있고, 파리 식당의 소박한 서민 정취도 있다. 하지만 어떤 청두든 그 안에는 '안이'(安逸, 편안하고 여유로운)라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